2024. 12. 29. 07:19ㆍ카테고리 없음
즐거운 미식가의 목동 가정식 백반 이야기
목동으로 출장 온 오늘, 나는 화곡DT 스타벅스에서 대기업 여성 실장님과 미팅을 마친다.
나는 IT 컨설턴트, 실장님은 온라인 판매 전략에 대해 자문을 구했다. 미팅은 성공적이었다. 실장님은 자신의 목표와 고민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했고, 나는 그에 대한 해결책을 조리 있게 제안했다.
“역시 전문가답네요,”라는 실장님의 말에 뿌듯함을 느끼며 회의를 마무리한다.
미팅을 마치고 나니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크게 난다.
순간의 어색함에 웃음을 참으려는데, 실장님이 먼저 웃음을 터뜨린다.
“저희 집이 이 근처인데, 어머니가 음식을 정말 잘하세요. 괜찮으시면 집밥 드시러 오시겠어요?”
잠시 머뭇거리는 나를 보며 실장님은 덧붙인다.
“걱정 마세요, 어머니께서도 손님 대접을 좋아하세요.”
배고픔과 호기심이 마음을 밀어붙인다.
실장님의 초대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처럼 느껴진다. 결국, 나는 그녀의 집으로 향한다.
오늘의 목적지는 목동의 한 가정집이다.
겉보기엔 조용하고 평범한 집이지만, 문을 여는 순간 부드러운 온기와 음식 냄새가 나를 맞이한다. 주방에서는 조리가 한창이고, 어머니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린다. 실장님은 어머니를 소개하며 오늘 준비된 메뉴를 하나씩 설명한다. 아늑한 집 안 분위기와 정겨운 환대에 나는 이미 편안해진다. 기대감이 가슴을 더 설레게 한다.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한숨 돌린다. 곧이어 차려지는 한 상이 눈앞에 펼쳐진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오뎅탕> 이다. 투명한 국물 위로 두툼한 오뎅 조각들이 떠 있다. 한 숟가락 떠서 맛보니, 매콤하고도 따뜻한 국물이 입안에 퍼지며 몸을 녹여준다. 간이 잘 맞는다. 특별한 간장인지 궁금해진다.
“이 간장 어디서 구하셨나요?”
궁금해서 묻자, 실장님이 웃으며 일본 후쿠오카에서 공수해온 간장이라고 말한다. 그 깊고도 짙은 맛이 국물의 감칠맛을 한층 더 끌어올린다.
오뎅탕을 음미하는 사이, 그 옆에 자리한 <시금치나물무침>이 눈에 띈다. 초록빛의 싱싱한 시금치가 가지런히 놓여 있고, 참기름과 간장, 맛소금이 어우러져 은은한 고소함을 풍긴다. 한 젓가락 집어 먹어보니, 부드럽고도 아삭한 식감이 기분 좋게 입안을 감싼다. 이렇게 간단한 요리가 이렇게 맛있을 수 있다니. 집주인의 손맛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그리고 테이블 중앙에는 눈부시게 흰 쌀밥이 있다. 이 밥은 그 자체로도 훌륭하다. 곁들여진 무김치를 함께 한 입 먹으니, 아삭아삭한 식감과 살짝 톡 쏘는 맛이 일품이다. 실장님은 이 무김치를 김장할 때 어머니와 함께 담갔다고 말한다. 시간이 지나며 딱 알맞게 익었다는 이 무김치는 밥과 함께 먹기에 완벽한 반찬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요리는 바로 오리구이와 수제 소시지구이다.
한쪽 접시에 가지런히 놓인 오리구이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워 보인다.
첫 한 입을 베어 물자 고소한 기름기가 입안을 채운다. 오리 특유의 진한 풍미와 촉촉한 육즙이 입안에서 퍼진다. 그 옆에 놓인 수제 소시지는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다. 직접 만든 소시지라니, 어떤 맛일까 기대하며 한 조각 베어 문다. 터지는 소시지 속 고기와 향신료의 조화가 환상적이다.
오뎅탕의 따뜻한 국물에서부터 오리구이의 진한 풍미까지, 모든 요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다.
요리마다 어머니의 정성과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실장님은 요리가 만들어진 과정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나는 음식의 맛뿐 아니라, 이 가정의 온기를 온전히 느끼며 식사에 몰입한다.
가정식 백반이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오늘의 식사.
이 한 상에서 느껴지는 것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이 아니라, 집주인의 진심과 따뜻함이다.
오늘 이 식사를 통해 행복이란 복잡한 것이 아니라, 이렇게 소박하고도 정성이 가득한 것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식사를 마치며 실장님과 그녀의 어머니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이런 따뜻한 한 끼를 맛볼 수 있었다는 것이 오늘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목동의 추억이 만들어지는 장소다. 다음에 또 초대받을 수 있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달려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