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2. 27. 20:50ㆍ카테고리 없음
앗
배가
고프다
홍대 거리를 걷다 보면 수많은 음식점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중에서도 오늘은 "토끼정"이라는 아기자기한 가게가 나를 붙잡았다. 사실 처음엔 이름만 보고 들어갔다. 토끼가 뭔가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을 것 같았달까?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자 따뜻한 분위기에 마음이 놓였다. 처음 방문하는 식당이지만 어색하지 않게 느껴지는 공간. 이런 곳을 찾는 것도 꽤 중요한 일이다.
테이블에 앉아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많은 메뉴가 있었지만, 고민 끝에 세 가지를 선택했다.
첫 번째는 바질 파스타. 사실 파스타는 흔하지만, 토끼정의 바질 파스타는 달랐다. 그 위에 얹힌 생 계란은 선명한 노란빛으로 파스타의 녹색과 어우러져 시각적으로도 식욕을 자극했다. 숟가락으로 계란을 톡 터뜨리니 노른자가 천천히 흘러내려 면 위를 덮으며 고소한 향을 퍼뜨렸다. 바질의 신선한 향기가 코를 간질이는 순간, 이 파스타가 특별하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잘 비빈 후 한 입 먹어보니,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이 맛은 분명 바질 파스타가 아니라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야 할 것이다. 이거 이거 처음부터 선택을 잘 했다. 다음 음식도 기대가 된다.
두 번째로 나온 요리는 치즈 돈카츠.
사실 돈카츠를 고른 건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그런데 눈앞에 놓인 돈카츠는 기대 이상이었다.
두툼한 고기 안에서 치즈가 흘러나오는 모습은 마치 누군가가 내게 '잘 왔다'며 축하해주는 느낌이었다. 녹아내리는 치즈에서는 은은한 고소함과 짭조름한 향이 퍼졌고,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느껴지는 첫맛은 부드럽고 진한 풍미였다. 이어서 바삭한 튀김 옷이 씹히는 소리가 입안에서 작은 축제를 열었다. 소스에 찍어 먹을 때마다 치즈와 고기의 조화가 다르게 느껴져서, 한 접시를 다 비울 때까지도 전혀 질리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선택한 메뉴는 카레와 밥.
따뜻한 카레는 적당히 매콤하면서도 깊은 맛을 자랑했다.
밥 위에 얹혀진 깨는 작은 디테일처럼 보였지만,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식감이 기분 좋았다. 카레를 한 스푼 떠서 밥과 함께 먹어보니, 그 조화로움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건 단순히 한 끼 식사가 아니라 위로였다. 하루 동안 쌓였던 피로를 한 그릇의 카레로 씻어내는 듯한 느낌이었다. 기억난다 이맛! 어릴적 어머니가 만들어주시던 고향의 맛이다. 친구들과 뛰어 놀던 어린 시절 '밥 먹어' 라고 부르시던 어머니의 사랑의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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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만으로는 부족할 뻔했다.
여기서 등장한 것이 생맥주와 청포도 에이드 커플이다.
사실 생맥주는 연말의 따뜻한 분위기와 잘 어울릴 것 같았다. 그리고 역시다!
목을 타고 넘어가는 차가운 녀석은 돈카츠의 고소한 맛과 절묘하게 어우러지지 않은가! 기분 좋은 포만감을 더해 준다. 청포도 에이드는 좀 더 상큼한 느낌을 원해서 골랐다. 한 모금 마시자마자 청포도의 싱그러움이 입안을 가득 채우며, 바질 파스타의 풍미를 한층 돋보이게 해준다.
홍대의 복잡한 거리 속에서 잠시나마 여유를 느낄 수 있었던 "토끼정"
따뜻하고 정겨운 분위기라서 더욱 좋았다. 세 가지 요리와 음료는 나에게 잊지 못할 한 끼로 남았다. 무엇보다도 이런 공간에서 밥을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가 아니었다. 고소한 치즈의 향, 매콤한 카레의 깊은 맛, 그리고 생맥주의 시원함이 마치 주인장이 나를 다독이는 듯한 위로가 되어주었다. 다음에는 또 어떤 음식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혼자라도 좋고, 누군가와 함께라도 좋다. "토끼정"은 내게 작은 발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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